모두가 제주 바다를 향할 때, 나는 녹음(綠陰) 가득한 제주 숲으로 향한다.

제주라는 단어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가장 먼저 몽환적인 에메랄드빛 바다를 떠올린다. 제주에 산다는 건 아름답고 독특한 분위기의 제주만의 바다를 매일 보는 축복이기도 하다.

제주도 함덕해수욕장
제주도 함덕해변

하지만, 그러한 축복이 오직 제주도 바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 중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이 솟아있고 백록담에서부터 굽이치는 능선을 따라 대자연이 숨쉬고 있다.

한라산 자락
한라산 자락

여름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매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무더위 뉴스가 들려올 즈음, 우리는 제주 바다가 아닌 제주의 숲으로 향한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상잣성 숲길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상잣성 숲길

혹자는, 높고 푸른 산은 육지에도 많다며, 우리에게 알려진 이러저러한 많은 산들을 나열할지 모른다. 물론이다. 우리나라 금수강산 어딘들 아름답지 않은 산이 있을까. 그러나 도시에서 산의 푸르름을 느끼기에는 물리적 거리도 마음의 거리도 너무나 멀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우린 도시를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멀고도 불안하다.

제주는 도시와 자연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덕분에 난 제주라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늘 자연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함께 한다. 제주 어디를 가든, 그곳이 제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주는 나만의 힐링공간이 된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은 제주에서도 유명한 사려니 숲길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1년 내내 사람들이 북적이는 사려니 숲길과는 달리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은 한적하게 즐길수 있어 좋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넓은 잔디광장 주변으로 숲속의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숙소 주변은 온통 나무와 숲 그리고 푸르름 뿐이다. 덤으로 넓은 잔디광장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아이들의 천국이자 휴식이 필요한 어른들의 활력 충전소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의 울창한 수풀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산책로를 걸으며 가슴 속까지 스며드는 신선한 공기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푸른 숲을 온몸으로 느낀다. 나 또한 그것의 일부가 된 것처럼, 대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껴본다.

오랜 세월이 스며든 나무의 진한 향기, 숲속 가득한 새들의 저저귐, 호젓한 산책로, 운치있는 풍경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한다. 작은 의자에 앉아 느끼는 평화로움은 나에게 비움의 가르침을 일깨운다.

느리지만 흔들림 없는 발걸음, 
일률적이지 않은 삶의 목표, 
스스로 찾아가는 진정한 나의 가치. 
제주의 삶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이유다.

말찻오름 가는 길

아직 나무도 잠든 이른 아침 말찻오름을 향해 길을 나선다.
지난 5월 사려니숲길의 물찻오름이 열렸다. 신청을 했으나 선정되지 않았다. 매년 한번밖에 열리지 않는 물찻오름은 경쟁이 치열하다. 그에 반해 물찻오름 바로 옆에 있는 말찻오름은 언제든지 오를 수 있다.

비에 젖어 더욱 진해진 숲 향기,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 바닥에 흩어진 잔가지를 밟는 느낌, 잠든 나의 감각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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