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남단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
제주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두 곳 정도가 있다. 바로 제주도 서남단에 위치한 모슬포항에서 송악산을 넘어갈 때 보이는 한라산에서 해안선까지 이어진 풍경과 안덕에서 군산오름을 넘어 대평리 마을로 내려갈 때 보이는 해안의 풍경이다.
두 풍경 모두 탄성을 자아낼 만큼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절울이오름 송악산
무더운 여름을 지나 트레킹 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날씨가 좋을 때 나는 자주 송악산 둘레길을 걷곤 한다. 자연 속에 들어가 송악산을 걷다 보면 송악산의 기암절벽 아래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내 온몸을 파고든다. 그 소리가 시원하기도 하지만 슬피 들리기도 하는데, 마치 파도의 울음소리 같다고 하여 절울이오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송악산은 역사의 아픔도 간직한 곳이다.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 시대에 남겨진 수많은 진지동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송악산과 이어진 섯알오름은 지난 4.3사건 때 수많은 이들이 학살을 당한 곳이다. 지금의 학살터는 기념비가 세워져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억울한 이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래서 절울이는 제주말로 숨결의 울음소리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송악산은 지난 6년간 자연휴식년제로 정상으로 가는 탐방로가 막혀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올해 일부 구간이 개방되었는데, 그래도 최정상까지 가는 탐방로는 1년 뒤에 나 가볼 수 있다.
송악산은 정말 멋진 풍경을 많이 담고 있다. 초입부터 보이는 한라산과 산방산, 형제섬 그리고 제주도 남쪽 해안은 그야말로 절경이라 우리 눈을 사로잡는다. 둘레길의 중간쯤 걸었을 때 보이는 송악산의 기암들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옆 볼 수 있고, 저 바다 멀리 한눈에 들어오는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와 가파도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웅장해진다.